[리뷰] ‘스틸워터’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힘찬 연어처럼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맷 데이먼이 주연을 맡고, 토마스 맥카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스틸워터’가 개봉 소식을 알렸다. 얼핏 심심한 연출과 잔잔한 이야기가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작품이지만, 곱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 음미하게 된다.


관성일지 집착일지 모를 이유로 매번 토네이도가 휩쓸어가도 여전히 한결 같은 도시 스틸워터. 석유 시추 노동자 빌(맷 데이먼)은 10이 지나고, 100년이 지나도 여전히 그대로일 것만 같은 그곳을 그대로 의인화한 듯한 남자다. 고이다 못해 굳어져버린 물처럼, 빌은 능동적인 사고나 행동이라고는 못할 것 같은 정적인 이다. 그러나 영원히 스틸워터에서 지낼 것만 같던 그에게도 크게 움직여야 할 때가 있다.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옥살이를 하고 있는 딸을 위해 그는 매해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낯선 곳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영화 ‘스틸워터’(감독 토마스 맥카시)는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된 딸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진실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굿 윌 헌팅’부터 ‘오션스’, ‘본,’ ‘마션’, ‘인터스텔라’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맷 데이먼이 주인공 빌을 연기했다. 연출은 영화 ‘스포트라이트’(2015)로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과 작품상을 수상한 토마스 맥카시가 맡았다.


영화의 첫 인상은 담백하다 못해 심심하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딸을 위해 아버지가 고군분투한다는 플롯은 여럿 만난 바 있지만, 법정공방도, 범인을 향한 추격신도 없이 그저 평화로운 일상으로 꾸려낸 작품은 ‘스틸워터’가 처음인 듯 하다. 덕분에 영화는 여러 의미로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기 쉽다. ‘테이큰’과 같은 격렬한 재미를 바랐던 관객에게는 실망을, 정의와 윤리, 법 체계를 향해 불굴을 의지로 돌격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바랐던 관객에게는 허무함을 자아낼 수도 있다.

그러나 ‘스틸워터’는 묘한 힘으로 관객의 시선을 잡아둔다. 이유는 곧장 알 수 없지만,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멧 데이먼의 표정에 왠지 모를 기대가 차오른다. 딸이 풀려나고 미국 고향으로 돌아올 때까지 영화는 속 시원한 설명 없이 약간의 긴장감만을 자아내는데, 빌의 마지막 대사에서 138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쌓여왔던 답답함이 한번에 일소되며 카타르시스와 같은 충격이 쏟아진다.


영화의 마지막, 빌은 떠나기 전과 여전히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고향 ‘스틸워터’를 바라보며 “모든 것이 달라 보인다”고 말한다. 여러 의미가 내포돼 있는 대사다. 프랑스 감옥에 수감됐던 딸이 돌아와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고, 지극히 수동적이고 정적이었던 빌이 세상을 직시하고 더 이상 흐름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방한 것일 수도 있다.

이는 영화가 실화(아만다 녹스 사건)를 바탕으로 했지만, 사건의 진위 여부나 사회정의와는 전혀 결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덕이다. 빌이 마르세유에서 지내며 마주하는 인종과 종교, 지역, 문화 갈등 등은 이야기의 훌륭한 윤활유이자 긴장을 촉발시키는 촉매다. 그러나 ‘스틸워터’는 비극의 표면에 머물지 않고 인간과 사회의 내면을 파고든다. 인간의 본성과 결정, 도덕성이 사랑과 희망이라는 허상에 의해 얼마나 타락할 수 있는지를 그린다.


결국 ‘스틸워터’는 자신의 순결함과 정당함을 바보스러울 정도로 견고히 지켜왔던 한 청교도인이 스스로 완전히 달라졌음을 인정하고,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살인 사건과 관련한 자극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지극히 절제된 연출과 호흡이 우아한 기품을 내뿜는다. 맷 데이먼의 뚱한 표정과 지푸라기 같은 눈빛을 통해 보는 이는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에 감동하고 주변을 고민할 수 있겠다.

개봉: 10월 6일/관람등급: 15세 관람가/감독: 토마스 맥카시/출연: 맷 데이먼, 아비게일 브레스린, 카밀 코탄/수입: CJ ENM/배급: CJ CGV/러닝타임: 72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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