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니까 금메달 반납하란 공격, 언론·정치권 책임”



올림픽 양궁 사상 첫 3관왕과 한국 최초 여름올림픽 3관왕에 오른 도쿄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의 ‘숏컷’ 머리 모양을 두고 일부에서 ‘페미 공격’을 일삼자, 여성단체들이 정치권에 책임을 묻고 나섰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 29개 여성단체는 30일 ‘페미니스트니까 금메달 반납하라는 한국 사회, 누가 만들었나’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여성단체들은 “최근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여론의 관심을 받으면서 여성혐오적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안산 선수에 대한 혐오 발언과 공격을 일삼고 있다”면서 “‘숏컷이라서’, ‘페미니스트라서’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은 2021년 한국사회의 만연한 혐오와 차별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번 안산 선수에 대한 공격이 최근 백래시(사회 변화에 대한 반발성 공격)의 연장선에 있다고 여성단체들은 짚었다. 성명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억지 주장과 생트집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지금의 사태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사기업·국가기관·정치권·언론이 억지 주장에 동조하고 이를 이용한 결과 여성 개개인에 대한 폭력이 난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여성단체들은 특히 여성혐오를 지지자 결집에 이용한 정치권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와 같은 정치인들은 지난 4월 재보궐 선거 여론조사 결과에 나타난 20대 남성의 투표 행태에만 주목하고, 연일 반페미니즘을 내건 발언을 하며 성평등 정책을 흔들고 공론장을 어지럽혔다. 정치권이 나서서 젠더정책을 ‘여성우대정책’으로, 페미니즘을 ‘남성혐오’로 왜곡하는 동안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는 홍보물 이미지에 사용된 특정 손가락 모양이 남성혐오의 상징이라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어 “이들의 주장은 다시 정치인들에 의해 옹호되었고 경찰청, 국방부, 전쟁기념관은 ‘말도 안 되는 문제제기’라 반박하는 대신 사과를 하고 이미지를 교체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어떤 사태를 마주했는가”라며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의 황당한 주장을 받아들인 정부 기관도 비판했다.

여성단체들은 안 선수에 대한 괴롭힘을 비롯해 온·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여성을 향한 공격이 “온라인 일부 공간에서 남성이 자기 위안과 유희의 도구로 페미니즘 탓하고 공격하는 것을 정치가 이용했고 사회가 받아준 결과”라면서 “페미니즘에 대한 왜곡된 낙인과 여성혐오의 확산 책임은 여야 정치인 모두에게 있다. 여성혐오를 포함해 소수집단에 대한 혐오에 기생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정치를 멈추고 이 사태에 대해 제대로 응답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신민주 사무국장은 “남초 커뮤니티에서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그게 기사화되면서 논란이 되는 패턴이 이번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논평을 내게 됐다”면서 “특히 지난 보궐선거 이후 남초 커뮤니티의 주장을 정치권이 받으면서 ‘비합리적이고 혐오에 기반한 주장을 해도 통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줬다”고 꼬집었다.

이번 사례와 같은 온라인 괴롭힘이 여성에게 실질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신 사무국장은 “남초 커뮤니티에서 숏컷, 여대 출신 등 자신들만의 기준으로 페미니스트를 분류해 낙인 찍고, 공격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누구든 남초 커뮤니티로부터 공격 당할 위험이 상존해있는 것”이라며 “(이런 현실은) 여성들에게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여성가족부는 “최근 스포츠계와 정치 영역 등에서 제기되는 문제와 관련해, 여성가족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여성혐오적 표현이나 인권 침해적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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